2024. 2. 21. 15:11ㆍ증권 재테크/투자철학
도서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를 보면 첫 에피소드로써 사마의와 제갈량이 기산 서성에서 대치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는 적벽대전이 있은지도 20여 년이 넘게 흐른 후로써 기존의 유명한 조조나 유비, 관우 등은 세상을 떠난 때였다.한편, 전에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 사마의가 등장하면서 제갈량과의 대결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투자자로써 한가지 배울점을 생각해냈다.
228년 봄, 기산 깊숙이 위치한 서성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고, 한나절이 지나도 거리에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성안 거리에는 2,500여 명의 서촉 병사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길 양편에 늘어선 점포에 매복하고 있었고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승상 제갈량이 '만약 함부로 나다니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자가 있으면 참한다'는 군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비록 모두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병사들의 눈빛 속에서 커다란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마의라는 한 사람을 두려워했다. 아니, 사실 사마의보다는 그가 이끄는 15만 대군이 두려웠을 것이다. 반면 제갈량의 병사는 단 2,500명이 모여있었고 싸울 수 있는 장수라고는 제갈량 외에 모두 문관뿐이었다. 이런 서생들이 어떻게 사마의의 15만 대군을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공명이 성에 올라 바라보니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위나라 군대는 두 길로 나뉘어 서성현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공명은 전령에게 명을 내렸다. "깃발을 모두 숨기고, 성문을 활짝 열고, 각 문마다 스무 명의 병사를 일반 백성으로 분장하여 물을 뿌리고 길을 쓸도록 하라" 그리고 제갈 승상을 보니, 머리에는 윤건을 두르고 흰 학창의를 입은 채, 두 명의 동자를 데리고 누각 난간에 기대어 향을 사르며 거문고 줄을 고르는 것이었다. 마치 한가로이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처럼 태연자약했다.
사마의는 성 아래에 도착하여 깜작 놀랐다. 제갈량이 성문을 모두 열고 망루에서 거문고를 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때 사마의는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 '성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만약 진입에 성공한다면 제갈량을 생포할 수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다면 상대에게 잡힐 수도 있다. 잘못하다가는 훔치려던 닭은 못 훔치고 공연히 쌀만 축내는 꼴이 된다. 하지만 만약 성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매복이 없다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마치 삶은 오리가 날개를 펴고 도망가는 꼴을 두고만 보는 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마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생각했다.
선택이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생과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는 결정적인 시기에 정확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여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이 얘기를 주식 투자의 영역으로 가져와 본다. 우선, 진부한 얘기겠지만 '어떤 종목이 좋은가'와 같은 상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스스로 공부해보고 장래성이 있는 좋은 기업을 고르라'는 모범적인 답안이 존재한다. 그런데 좋은 기업을 골라서 투자를 한 후 언제 거두어 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답들이 존재한다.
1. 좋은 기업의 주식을 샀다면 영원히 보유하는 것!
2. 뉴스에서 해당 기업이 좋다고 한창 떠들때 매도하는 것!
3. 처음에 내가 계획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다른 조건 고려없이 매도하는 것!
위 답들에서 과연 정답은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위 답들은 모두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오답이 될 수도 있다. 투자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말이다. 다시 한번, 사마의와 제갈량의 대치 장면으로 가보자. 결과적으로 사마의는 성에 들어가지 않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에 대해 누군가는 제갈량을 잡으면 될 것을 가지고 너무 소즉적으로 행동해서 큰 기회를 날렸다고 반문할 것이다. 실제로 [삼국연의]를 보면 사마의의 아들인 사마소가 아버지에게 군사를 물리는 연유를 물으며 전진의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사마의는 듣지 않고 철군을 선택했다. 이후 제갈량은 인마를 조직하여 백성을 데리고 안전하게 한중으로 퇴각했다.
2500명으로 싸우지도 않고 15만 대군을 철군시켰으니, 대충 보기에는 위 상황에서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참패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마의의 선택은 아주 큰 교훈을 준다. 사마의가 취한 책략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만약 서성에 들어가지 않고도 제갈량을 퇴각시킬 수 있다면 그 선택은 90점은 된다. 만약 서성에 들어가 제갈량을 사로잡았다면 그것은 곧 100점이겠으나 잘못되어 매복에 걸리게 되면 앞서 세운 공은 모두 날려버리면서 0점이 되고 만다.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사마의는 90점의 답안을 선택했다. 애초에 사마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갈량을 퇴각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100점을 얻으려고 모험을 할 필요가 없고 90점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이 상황을 두고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25페이지에는
최고보다는 만족을 택한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원리를 투자의 세계에 적용해보자. 하나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삼성전자에 1000만원을 투자한 투자자가 목표수익률을 10%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운이 없어서 투자한 날부터 주가는 곤두박칠 쳐서 1주일 사이에 -20%를 기록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다루려는 내용은 그런 상황의 영역이 아니니 별론으로 하고, 처음 목표로 했던 수익률 10%를 달성한 후 익절을 하려했는데 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조금 더 기다리면 왠지 15%의 수익률은 금방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처음 계획했던 목표는 안드로메다로 날려 보내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에 목표했던 10% 수익구간에서 익절하는 것이 90점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평상시에는 촉이 별로인데 오늘따라 촉이 제대로 발동된 느낌이 들어서 바로 익절학지 않고 며칠을 더 기다렸다가 15% 정도의 수익을 보고 익절했다면 이는 100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촉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개판이라서 10%의 수익을 기록한 후 좀 더 오를듯 하다가 곧 무슨 세력이 떠나간 주식마냥 곤두박칠 치고 주가가 오히려 -5%~0%의 수익률 구간에 들어왔다고 치자. 이것이 0점의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더 기다리다 보면 또 다시 수익률 구간으로 주가는 진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런 경험은 투자자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돈의 심리학>에서는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교훈을 하나 더 얘기해준다. 진짜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꾸준한 수익률이라는 것을 말이다. '워런 버핏'이 성공한 이유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괜찮은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었음을 안다면 굳이 100점을 얻으려고 하다가 0점을 기록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90점을 얻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100점을 얻기 위해서는 운이 있어야 합니다. 사마의가 취한 원칙은 제갈량을 물러나게 하고 잃어버린 땅을 되찾을 수 있는 꽤 괜찮은 방안으로, 애초부터 100점을 얻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관리학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최고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최고의 적이다."라고 합니다.
일을 잘하려는 의욕은 좋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국면은 나쁜 방향으로 변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만을 추구한다며 더욱 부정적인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100점의 완벽함은 없어도 100점의 잘못은 있기 마련입니다. 완벽한 100점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하나의 잘못을 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적당한 정도에서 멈추고,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사마의가 제갈량을 물러나게 하는 데서 만족한 뒤 더 이상의 추격을 멈추고 부대를 철수시킨 것은 이런 까닭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예를 상기하면서 굳은 결심을 한다면 오늘의 공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자기가 투자한 기업의 주식이 꽤 올랐을때 과감히 익절하고 더는 신경쓰지 않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더 오를것 같아 팔까말까 고민하다가 시간만 잡아먹고 타이밍을 놓친 후 수익을 반납하는 투자자도 있다. 뉴스에서 한창 떠드는 시기이든 본인이 계획한 수익률 구간에 진입을 했든 간에 투자자는 처음에 계획한 매도 시기를 잘 실행하여 과감히 익절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후 과감히 다른 생산적인 곳에 신경을 몰두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다. 혹시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면 오늘 열심히 공부했던 사마의 이야기를 떠올리자. 최고보다는 만족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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